"천국에 앉아 지배하려고 했지만, 단 하나의 창조물도 창조하거나 만들지 못했던 악마가 천국에서 굴러 떨어졌을 때, 하나님은 그
즉시 하늘을 만드셨다. 하나님이 만들고 창조하실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고 얼마나 훌륭한 것인지 악마가 보고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하나님은 해, 달, 그리고 별을 하늘에 수놓으셨다. 이것들을 보면서 얼마나 아름답고 찬란한 것을 악마가
잃어버리고 말았는지 보고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다.“
"Cum igitur diabolus de caelo corruit, qui sedere et regnare voluit et qui nullam creaturam creare et facere potuit, deus firmamentum statim fecit, ut ille videret et intelligeret, quae et quanta deus facere et creare posset. Tunc etiam solem, lunam et stellas in firmamentum posuit, ut diabolus in eis videret et cognosceret, quantum decorem et splendorem perdidisset."
힐데가르트 폰 빙엔, “Liber compositae medicinae” 중에서
힐데가르트가 쓴 의학서 두 권 가운데 하나인 “Liber compositae medicinae(Causae et curae로 알려진)”의 시작 부분에는 그녀의 우주관을 잘 엿볼 수 있는 창조에 대한 이야기들이 소개된다.
세상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그녀의 설명은 자못 흥미롭다.
현대 과학의 안경을 끼고 읽으면, 미천하기 그지없는 우매한 말장난일 수 있으나, 문학적 감수성으로 그녀가 상상하는 세계 속에 들어가려고 노력한다면, 꽤나 재미있는 내용들을 만날 수 있다.
천사의 탄생과 루시퍼의 기원이라든가. 바람이나 우박, 비, 눈을 해석해내는 이야기라든가. 인간의 몸을 빗대어 설명하는 자연 요소들에 대한 설명이라든가 하는 것들은 빅뱅이론으로 이론화된 시간의 역사로서의 현대적 우주론이 가지고 있지 않은 푸르른 상상력의 생명력, 그녀의 용어를 빌리자면 비리디타스의 샘으로 가는 길을 열어준다.
“루시퍼의 추락과 하늘의 창조”라는 제목의 단락에 나오는 위의 글 역시 꽤 신선하다.
그녀에 따르면 하나님이 하늘과 해, 달, 별을 만드신 이유는 악마가 잃어버린 그 무언가을 깨닫게 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하늘의 장엄함과 해, 달, 그리고 별의 찬란한 아름다움은 천국에 있으면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지배자가 되려고 하는, 그러나 정작 아무것도 창조해내지 못하는 악마를 일깨우기 위해 만드신 하나님의 작품이다.
그것은 비단 루시퍼에게만 해당하지 않을 것이다.
권력의 뒤쫓으며 땅만 바라보며 살아가느라 여념이 없는 그 누군가에게, 그가 잃어버리고 있는 그 자신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문득 되돌아 깨달을 수 있도록, 하나님은 그렇게 저 하늘을 만드시고, 해와 달과 별을 그 위에 수놓으셨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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